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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2013년 2호]경영자독서모임: 적의 칼로 싸워라
발간일
201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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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독서모임]

 

적의 칼로 싸워라

 

이명우 한양대학교 교수

 

이 원고는 2013 6 3일 이명우 교수의 MBS 강의를 바탕으로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aSSIST)와 산업정책연구원(IPS)에서 작성하였습니다.

조금 전에 소개를 받았습니다. 저에 대해서 잠시 말씀 드리면, 현재는 한양대학교에 온지 3년 정도 되었습니다. 학교에 오기 전에 한 33년 정도 사회생활을 했는데, 그 중에 24년을 삼성전자에 있었습니다. 삼성전자에 있으면서는 16년 정도 해외에 있었습니다. 마지막에는 미국, 그 전에는 독일, 또 그 전에는 영국, 80년대 초에는 중동에 있었습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가, 저는 주로 한국에서 삼성전자를 위해서 일을 했습니다만 소니와 같은 일본 회사, 코카콜라와 같은 미국 회사에도 근무를 했고, 3, 4천억 정도의 글로벌 경영 기업인 레인콤에서도 근무를 했습니다. 주로 전자제품을 팔았습니다만, 코카콜라처럼 소비재 제품을 파는 회사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업의 규모나 국적, 그리고 판매하는 제품이 다른 그런 회사에 있어도 경영자로서 또는 조직에서 일을 잘하기 위해서 고민해야 될 요소가 너무나 똑같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와 관련된 다섯 가지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업’의 개념, 과연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을 하는 일이냐? 본인이 하는 사업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업의 개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가 ‘고객’인지 또, 누가 ‘경쟁자’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렇게 들으면 굉장히 쉬운 것 같지만 사실은 경쟁자를 누구로 보느냐에 따라서 우리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이 굉장히 많이 달라지게 됩니다.

 

말씀 드린 ‘업’의 개념이나‘고객’과 ‘경쟁자’는 늘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바뀌고 또 전체의 메가 트렌드가 바뀌면 이 또한 바뀝니다. 그래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아는 것, 바로 마켓센싱 능력이라고 하는 것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삼성전자에 입사한 1977년에는 삼성전자가 국내 1등이 아니었지만, 짧은 기간 안에 삼성전자가 세계 일류 전자회사가 되었습니다. 삼성전자보다 먼저 소니, 노키아 등의 회사들이 정상에 올라갔는데, 어렵게 올라선 정상에서 영원히 1등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노키아나 소니는 현재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삼성전자는 앞으로 얼마나 더 1등을 할 수 있을 지가 바로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지속성장을 하기 위해서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코카콜라에서도 근무하였지만, 주로 전자회사에 있었습니다. 전자업계에 있으면서도 다른 전자회사에서 Insight를 받기 보다는, 다른 산업에 있는 주요기업에게 받았던 것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신다면 오늘 강의가 그렇게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20세기 최초의 혁신이라고 하는 헨리 포드(Henry Ford)가 자동차 산업에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은 다른 자동차 회사에서 배워 온 것이 아닙니다. 제조업에서도 아니고, 정육을 가공하는 도살장에서 고기를 소비자가 구매하는 정도의 크기로 자르는 프로세스에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의 Insight를 얻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저도 요즘은 회사에 있지는 않지만, 회사에 있을 때 다른 산업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2001년 말, 조선일보에서 글을 쓰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때 당시에 오늘 강의하는 ‘다섯 가지’에 대해서 써야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업’의 개념에 대해서 가장 먼저 글을 썼습니다. ‘내가 파는 것이 건어물이냐, 생선이냐? 업의 개념에 대해서 먼저 파악하자.’라고 썼는데, 오늘도 업의 개념에 대해서 먼저 말씀을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삼성전자에서 세 번째 주재한 국가가 바로 독일인데, 1990 3월에 가게 되었습니다. 독일 이전에, 영국과 아일랜드 지역의 법인을 맡았었는데, 당시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가전제품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때가 이건희 회장의 취임 3주년 정도 되었을 때인데,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미래 먹거리는 컴퓨터 정보 통신이라고 판단하고 컴퓨터 부문을 만들었습니다. 외부에서 사장을 스카우트 해 왔고, 이건희 회장은 컴퓨터가 굉장히 중요하다, 컴퓨터는 가전과는 다르다고 강조하면서 컴퓨터 사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컴퓨터 사업에 대한 걱정도 많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회전문 인사입니다. 회장은 외부의 컴퓨터 전문가를 영입해서 컴퓨터 사업을 진행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가전사업을 하던 직원을 데려다가 컴퓨터 사업을 시키는 것입니다. 당신은 컴퓨터와 가전은 다르다고 굳게 믿고 있는데, 똑 같은 사람을 데려다가 똑 같은 방법으로 컴퓨터를 팔고 있으니 잘 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 사업부는 시행착오를 겪고 있었습니다.

제가 독일로 옮긴지 한 6개월 정도 되었을 때 본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미국을 방문하던 이건희 회장이 미국에서 저와 같은 일을 하던 컴퓨터 판매 법인의 책임자인 상무를 현장에서 바로 집으로 돌려 보냈다는 내용 이었습니다. 그리고, ‘회장님의 다음 행선지가 독일이니 제대로 준비를 해야 할 것이고, 지금 굉장히 심기가 불편하시다.’라는 숙제를 받았습니다. 그 날부터 비상모드에 돌입 했고, 현지 책임자로서 나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당시 유럽에서는 컴퓨터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가전도 팔고 있었습니다. 회장께서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질문이 ‘자네, 뭐하다가 왔나’는 것이었습니다. 질문에도 즐거운 질문과 무언가 찝찝한 질문이 있는데, 굉장히 찝찝한 질문 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 앞에는 입사 이후의 지금까지의 행적과 인사고과에 대한 자료가 있는데, 왜 이것을 저에게 묻습니까? 그래서 ‘영국에 있다가 왔습니다’고 대답 했더니, ‘그것 말고, 무슨 일을 하다가 왔느냐’이것입니다. 그러니까 제 입으로 가전제품을 다루다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입니다. 영국에서 가전을 하다가 왔다고 대답했더니, 가전하던 사람이 여기 왜 왔냐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인사명령에 의해서 움직이는 사람이니까 눈만 깜빡이고 있으니, 유럽 전체를 총괄하던 분이 아주 자랑스럽게, ‘우리 이차장이 전자에서 일을 제일 잘 합니다. 그래서 워낙 이 자리가 중요한 자리기 때문에 특별히 이 자리에 데리고 왔습니다.’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회장의 심기가 그런 걸로 설명될 때가 아닙니다. ‘가전을 잘하던 사람을 왜 컴퓨터 사업에 데려다가 쓰냐, 원래 자리로 돌려보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원래 자리에는 6개월 전에 후임자가 와 있습니다. 그러니 갈 데가 없는 저도 이제 집으로 가는 것입니다. 집에 가는 것의 조금 점잖은 표현이 ‘원래 자리로 가라’ 이렇게 되는 것입니다.

굉장히 당혹스러웠습니다. 회장님께서 오신다고 들은 날부터 업무 보고는 물론 여러 가지 고민도 많이 해서 멋있게 책임자로서의 포부를 밝히고 싶었는데, 기회도 안 주어지고 집에 가게 되는 상황이 온 것 아닙니까? 보통 같으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을 텐데, 멍하니 앞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회장이 다음 주제로 넘어가려다가 저를 보고 ‘자네 생각은 어떤가’하고 묻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순간 ‘확실히 가는구나.’라고 생각 했습니다. 사형집행 전에는 최후 진술의 기회를 줍니다. 기왕 이렇게 된 일, 의연하게 이야기하자 하고 말을 꺼냈습니다.

사실, 큰 조직의 회장이 와서 차장이나 웬만한 임원들에게 이야기하면 답은 보통 세 가지입니다. 일단은 ‘잘못했습니다.’둘째는 ‘잘 알았습니다’, 셋째는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충 이런 것인데 제 경우에는 잘못한 것도 잘 모르겠고, 일단 알았다는 말과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집에 가게 된 사람이 열심히 하겠다고 알겠다고 합니까?

 

그래서 이렇게 말씀을 꺼냈습니다. ‘회장님 말씀대로 회사 바깥에 컴퓨터 전문가가 많이 있고, 또 삼성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런 사람을 외부에서 모시고 올 수 있겠지만, 외부에서 온 사람은 우리 조직을 이해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또 기존의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것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차선으로 제가 이 자리에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을 했더니,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나 가만히 보고, 그 옆에 수행하고 온 분들이 조금 더 이야기해 보라는 것입니다. 거기서 용기를 얻어서 좀 더 말을 했습니다.

 

당시의 상황은 ‘원래 자리로 돌려보내라.’ 는 것이고, 제 책 제목은 ‘적의 칼로 싸워라’ 입니다. 이 때 쓸 수 있는 적의 칼이 무엇일까요? 그때가 이건희 회장이 ‘업’의 개념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이야기하기 시작할 때 인데, 이렇게 집으로 돌아가게 된 상황에서 이야기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내가 이해한 업에 대한 개념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회장님, 이제 이 자리에 온 지 딱 6개월이 되었습니다. 6개월 전까지 제가 했던 일은 가전제품을 파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가전제품을 파는 일이 건어물을 파는 일이었다면, 지금 제가 맡은 컴퓨터 장사는 생선 장사쯤 된다는 감은 제가 익히게 된 것 같습니다.

건어물은 보통 창고에다 쌓아두고 트럭으로 운반하며 장사하다가 팔리지 않으면 다시 창고에 넣어놨다가 추석 전에 팔면 제 값을 받고 팝니다. 그런데 생선은 남해안에서 잡아와서 싱싱하고 살아있을 때 서울에 도착해야지 제 값을 받는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냉장 트럭이 아닌 일반 차로 옮긴다든지 하면 다 썩을 것 아닙니까?

제가 독일에서 법인을 차릴 당시에는 286 컴퓨터를 주로 만들어 팔 때 입니다. 286 컴퓨터 두 컨테이너를 유럽 사양으로 본사에 주문을 넣었더니, 특별히 빨리 제작한다는 것이 6주입니다. 그 때 텔레비전도 6주가 소요되었습니다. 텔레비전 만드는 방식으로 컴퓨터도 만들어서, 또 텔레비전을 운반하는 식으로 배에 실어서 부산에서 수에즈 운하와 노트르담을 통해 창고로 들어오는데 또 6주가 걸립니다. 12주가 걸린 것입니다. 그 동안에 영업을 한 물품을 선적하려고 거래사에 연락을 했더니 콤팩에서는 386 Sx라는 게 나왔던데, 삼성에는 없느냐는 것입니다. 본사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현재 독일이나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가 386으로 바뀌고 있으니, 286은 알아서 처분하고 386 Sx를 빨리 오더를 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386 Sx를 오더 입력을 하고, 12주 만에 물건이 왔는데 이번에는 델에서 386 Dx라는 게 발매 되었다며 구매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당시가 그렇게 바뀔 때 입니다.

이 이야기를 했더니 회장께서는 ‘이 친구가 컴퓨터 장사를 한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그래도 컴퓨터 장사가 무엇이라고 하는 것은 알았다’ 이렇게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참 저를 응시를 하시더니 ‘그 정도 감을 익혔다니까 한번 해봐라. 그 대신 외부의 컴퓨터 전문가를 데려와 네 밑에 놓고 써라’ 이렇게 해서 그 후에 삼성에서 십여 년 더 일을 했습니다

 

왜 이렇게 업의 개념에 대해서 강조 하느냐 하면, 우리가 하는 일이 무언지를 알고, 이 사업에 필요한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회사의 미래가 달라지기도 하고, 또 회사에 위기가 왔을 때 업을 재정의해서 위기를 극복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업의 다각화를 하고, 기업이 발전할 때 업의 개념을 어떻게 세팅 하느냐에 따라서 회사의 발전 궤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점에서 조금 더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사례가 제록스입니다. 제록스는 복사기 제조 회사였지만 그들은 그것을 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사무실의 생산성을 올리는 것을 본인들의 업의 개념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제록스는 이 업의 개념을 성장 동력으로 활용해서, 현재는 종합 사무 자동화 회사로 발전을 했습니다. 반면에, 앰트랙(AMTRAK)이라는 미국 철도 회사는 자기들의 회사 정관에 우리는 ‘Railway Business’를 하는 회사라는 틀에 본인들의 업을 가두어 놨습니다. 현재는 미국의 철도 산업이 자동차의 발전, 항공 업의 발전으로 인해 많은 도전을 받았고, 미국 내에서 수송 분담률이 현격하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철도 사업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앰트랙이 ‘사람이나 재화를 A에서 B로 빠르고 값싸게 옮기는 것’을 업의 개념으로 정의를 했다면 지금쯤 AMTRAK Airlines같은 회사도 있지 않았겠느냐고 합니다.

 

두 번째로 업의 개념을 재정의한 사례가 할리 데이비슨(Harley Davidson) 입니다. 할리 데이비슨은 오토바이 회사인데, 오토바이는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밀려나게 됩니다. 그런데 할리 데이비슨은 ‘탈 것으로서의 오토바이가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드라이빙 머신으로써의 기계’, ‘라이프 스타일 제품’으로 정의합니다. 본래 탈 것이라면 소음이 적어야 합니다. 자동차를 살 때도 소음이 많이 나는지 적게 나는지 신경을 많이 씁니다. 오토바이도 마찬가지인데, 할리 데이비슨은 본인들의 제품을 라이프 스타일 제품으로 정의 했기 때문에, 소음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남들의 이목을 끌 수 있게끔 소음이 더 크게 나는 방향으로 포지셔닝을 했습니다.

코카콜라는 올해 창립 127년이 됩니다. 지난 100년 동안 펩시콜라와 탄산음료에서 열심히 싸웠습니다. 그러다, 고이수에타(Roberto Crispulo Goizueta) 회장이 이런 생각을 합니다. ‘펩시와 탄산음료만 두고 싸울 것이 아니다. 탄산 음료에서는 메이저이지만 일반 물을 포함한 음료시장에서 보면 3%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비 탄산음료에 대한 투자를 시작합니다. 오늘 날 코카콜라 매출의 2/3 정도가 비 탄산음료입니다. 이익의 절반 정도가 비 탄산음료에서 나옵니다. 만약, 고이수에타 회장이 사업을 재 정의하지 않았더라면 코카콜라는 지금 매출의 1/3, 이익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사업의 범위를 어떻게 다시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회사의 발전에 참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사업의 다각화입니다. 삼성전자와 소니를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제 삼성은 전자공업의 쌀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에 투자를 한다. 우리는 전자공업의 필수품을 만드는 회사다. 여러분은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없으면 대한민국의 전자산업은 없다. ,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제대로 문화생활을 할 수가 없다.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라.’ 이렇게 삼성전자의 업을 전자공업의 필수품을 만들고, 기간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성장을 보게 되면, 반도체, LCD, HCD와 같은 핵심 부품 제조와 전화기 제조와 같은 생활에 밀접한 제품 쪽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니는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소니로 옮기고 난 후 소니의 업의 개념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우리 회사가 없어도 소비자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우리 제품이 있음으로써 소비자들이 생활이 풍요해지고, 소비자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면 그게 우리가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을 한다.’ 라고 했습니다. 소니는 처음에 트랜지스터 라디오 등을 제조 하다가 영화사와 음반사를 인수하고 게임기를 만듭니다. 요즘에는 로봇 같은 것도 만드는데, 그 로봇은 실용적인 로봇이 아닙니다. 혼자 사는 사람의 감성을 건드려 주는 애완 동물과 같은 역할을 하는 제품 입니다. 이렇게, 회사가 어떻게 업을 정의하고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만들 수 있는 제품의 확장이나 사업의 확장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업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업의 개념은 여러 측면(multi-dimensional)에서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에서는 반도체가 타이밍 사업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이야기합니다. 언제 투자하고 또, 언제 다음 사업으로 빨리 넘어가야 할지 파악해야 하는데, 그만큼 시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사업의 성공요인 적인 면에서 업의 개념을 정의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호텔의 핵심역량은 서비스라고 할 수 있지만, 모든 호텔들이 서비스를 잘하고 손님을 잘 케어하면 그것만 갖고서는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호텔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미국의 리츠칼튼 호텔 같은 경우는 대부분 아주 좋은 위치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부동산 사업에 대한 관점이 있어야 합니다. 이건희 회장도 신라호텔 경영자들에게 호텔의 역량은 서비스만 생각해서는 안되고, 부동산 사업이라고 생각해야 된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코카콜라처럼 사업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것입니다. 탄산음료만 파는 회사라고 생각할 것인지, 아니면 코카콜라처럼 모든 음료를 판매하는 것이 우리 업이다라고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사업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사업을 왜 하느냐, 사업의 비전은 무엇이냐? 한국 전자공업의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자리매김을 할 것인지, 아니면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가 될 것 인지와 같은 비전에 따라서 회사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업’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경쟁자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드리면, 경쟁자를 누구로 보느냐에 따라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됩니다. 조금 전에 코카콜라의 경쟁자가 누구라고 그랬습니까? 코카콜라 경쟁자는 물을 포함한 모든 음료수를 만드는 회사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삼성전자 다니던 70년대 말, 80년대 초, 삼성전자는 소니라는 회사를 경쟁자로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소니는 그야말로 북극성 같은 존재였고, 당시의 경쟁자는 금성사나 대만에 있는 회사 또는, 일본에서 제일 못하는 회사들이었습니다. 90년대 말, 2000년대에 소니로 옮길 무렵에 드디어 삼성전자가 소니도 경쟁자의 범위에 놓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삼성은 소니를 경쟁자로 생각하는데, 소니는 누구를 경쟁자로 보는지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2001 11월에 소니 코리아로 왔는데, 그 달 말 일본을 방문해서 소니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물었더니 바로 나이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회사를 잘못 옮겼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전자회사가 지멘스나 GE와 같은 전자회사를 경쟁사로 생각해야 하지, 제조업이나 일반 하드웨어 제조기업을 경쟁자로 생각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한 겹 더 들어가서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렇게 걱정할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나이키를 경쟁자로 본다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나이키의 고객이 따로 있고, 소니 고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 한 명의 같은 지갑에서 나온 돈으로 소니 제품도 사고 나이키 제품도 사는 것입니다. 소니의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실내에 많이 있고, 영화를 보고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면 소니의 제품을 많이 살 것이지만, 고객이 야외 활동을 좋아해서 산에 가거나 운동을 하기 위해 나이키 제품을 많이 구매하게 된다면, 이 소비자의 지갑에서는 소니 제품을 살 수 있는 돈의 양은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나이키를 경쟁자로 둔 소니는 새로운 전략을 만듭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아무 곳에서나 동영상도 보고 음악도 듣지만, 17~18년 전에는 이것을 상상할 수가 없었습니다. 소니는 고객들이 밖에서도 영화나 음악을 즐기고,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비전을 가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UVN(Ubiquitous Value Network)전략으로 소니가 누구를 경쟁자로 봤느냐는 것에서 이런 전략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경쟁자 이야기를 하나 더 말씀 드리면, 우리나라의 제주항공과 같은 Southwest Airlines 이야기는 많이 들으셨을 것입니다. 1971년 말에 텍사스에서 시작한 세계 최초로 생긴 저가항공사로 텍사스 사람들의 투자를 많이 받아서 시작했습니다. 제품을 만들기 전에는 여러 가지 고려를 많이 하지만,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면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은 바로 이나모리 카즈오(Inamori Kazuo)가 이야기한 것처럼 가격 결정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었다면 이후에는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경영자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만약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Southwest Airlines)의 사장이라면 요금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판단해 보십시오. 당시 첫 취항은 텍사스의 델라스와 산안타니오 구간 이었는데, 그 구간에는 기존의 항공사가 운항을 하고 있었습니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nited Airlines)은 백 불, 아메리칸 에어라인(American Airlines) 92, 항공사 중에 제일 싼 항공사인 브래니프 에어라인(Braniff Airlines)62불 입니다. 여러분들이 사장이라면 요금을 얼마로 매기실 것입니까? 보통 ‘62불보다는 싸야 되지 않겠느냐. 49불이 좋겠다’. 아니면 ‘39불까지 내려가야 되지 않겠느냐’. ‘아니다. 49불 밑으로는 안 된다’. 이렇게 이야기들을 하는데 놀랍게도 이 항공사는 항공료를 15불로 정했습니다.

그러니까 지역 항공사가 생기는 줄 알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적어도 39불 정도는 받아야 되지 않겠냐고 이야기 하자, 사장은 우리의 경쟁자를 누구로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투자자들은 가장 저렴한 브래니프라고 대답했는데, 사장은 우리 경쟁자는 유감스럽게도 그레이하운드, 즉 고속버스라고 대답합니다.

고속버스 타는 사람이 고속버스 타는 것이 즐거워서 타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도 부산을 갈 일이 있으면 10만원 가까이 내고 비행기를 타고 빨리 가고 싶지만, 비용 때문에 3만원 정도의 고속버스를 타고 가게 됩니다. 하지만, 회사 비용으로 출장 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보통, 소규모 자영업자나 학생들이 고속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저 사람들이 우리 비행기를 타도록 해야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브래니프를 경쟁사로 정하고 그들의 고객을 뺏어오면 브래니프는 가만히 있습니까? 계속 가격을 경쟁하다 보면 다 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고속버스 요금이 12불이니까 우리는 15불로 요금을 정하고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은 거의 한 대 맞은 것 아닙니까? 투자자들이 이익은 어떻게 내느냐고 묻자 한 해만 운영해 보고 이야기 하자며 그들을 돌려보냅니다. 그런 후에 사장이 직원들하고 이야기합니다. 이 사장은 변호사 출신으로 항공 업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사장이 ‘우리가 15불로도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하니까 직원들이 ‘(사장님은 항공 업계에 처음 와서 모르겠지만 우리는 다 여기서 뼈가 굵은 사람들인데) 안 됩니다’ 그러니까 CEO가 이렇게 묻습니다. 아까 업의 개념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앞으로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습니다. 항공 업계에서 돈을 버는 측면에서 업의 개념을 보면 비행기가 하늘에 오래 떠 있어야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비행기를 하늘에 오래 떠 있게 하느냐는 항공업 개념의 요체라는 말입니다. 하늘에 떠 있는 시간은 돈을 버는 시간이고 땅에 있는 시간은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도착해서 손님을 내리고 쓰레기를 버리고 물을 싣고 다시 손님을 태우고 떠나는 시간을 회항 시간이라고 하는데, 이 회항 시간을 줄여야지만 하늘에 떠 있는 시간을 많이 벌 수 있습니다.

당시 업계 평균 회항시간이 50분이고, 가장 짧은 회사가 45분인데 사장은 그것을 15분으로 줄이라고 주문을 합니다. 그랬더니 직원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펄펄 뛰는 것입니다. ‘그러면 남들도 다 하지 왜 안 하겠습니까’하니 사장이 ‘자네, F1 좋아하나? 좋아하면 뭘 하나. 거기서 배우는 게 있어야지. 레이싱카가 돌다가 피트에 들어오면 정비사가 붙어서 누구는 타이어 갈고 누구는 기름 넣고 누구는 자동차 점검하고 누구는 레이서 컨디션 체크하는데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될 것 아니냐’. 그러니까 또 말이 됩니다.

그런데 이제 청소하고 승객을 내리고 물을 싣는 것까지는 단축 시켰는데, 승객이 빨리 타지를 않습니다.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 탔을 때의 경험을 조금 말씀 드리겠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모든 과목에서 이 항공사가 케이스로 나와서 아내와 함께 이용해 보았는데, 항공권은 주는데 좌석은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그냥 플라스틱 쪽지를 하나 줍니다. 비행기가 싸구려니까 엉망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항공권을 받고 나서는 보통 사람들이 하듯이 집에 전화해서 아이들을 단속 시키고, 어머니께도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한참 전화를 하고 있으니 ‘Mr. & Mrs. Lee는 서둘러 비행기에 탑승하라.’ 는 방송이 나옵니다. 서둘러 갔더니 다른 승객들은 모두 다 탑승하고 우리 둘만 남았는데, 비행기는 만원이고 저기 잘 생긴 분 옆에 한자리, 그리고 더 잘 생긴 분 옆에 자리, 이렇게 두 자리만 남아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내를 어디로 보냅니까? 이런 경험을 한번 한 사람들은 체크인하고 나서 바로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그러니까, 좌석을 배정하지 않는 것이 인쇄비를 아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빨리 타게 하는 방법인 것입니다.

이렇게,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은 고속버스를 경쟁자로 보고 요금을 15불로 책정했고, 15불에도 돈을 벌게 하는 업의 개념에 충실하기 위해서 비행기가 하늘에 오래 떠있게 했습니다. 그러려면 회항 시간을 줄여야 했고, F1에서 쓰는 기법까지 동원했는데 승객이 빨리 타지 않으니, 좌석까지 안 줘가면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여기서 한가지만 더 말씀 드리면, 카레이싱을 하는 F1팀에 소속되면 월급을 굉장히 많이 받는데, 그들은 하루에 한번만 하고, 또 매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이 필요할 때 미친 듯이 붙어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은 달라스 공항에서 하루에 50번씩 이륙하는데, 비행기 하나 띄운다고 모두가 달라 붙었다가 5분 쉬는 시스템으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은 ‘Fun 경영’을 시작합니다. 직원들이 F1 팀에 버금가게 열심히 일해야 하니, 정복에 넥타이를 매지 말고, 여자 직원들은 치마도 입지 말고 편한 유니폼을 입게 했습니다. 낮은 항공료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임금을 적게 줘야 하지만, 작원들이 재미를 가지고 집중을 하게 하기 위해서 ‘Fun 경영’이라고 하는 것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여러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경쟁자를 누구로 보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옵션이 많이 바뀐다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다음으로는 마켓 센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달팽이가 큰 도로를 건너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달팽이가 잘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한번은 건너가지만,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자유 왕래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저 달팽이는 꼭 제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달팽이의 할아버지 때에는 이런 길이 없었습니다. 길이 없으니까 16톤 트럭도 달려오지 않았고, 전부 풀밭이니까 저 두 더듬이로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았는데 지금은 그렇게 살 수가 없습니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지금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했던 그대로 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저한테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더듬이만 가지고서는 부족하고, 껍데기에 큰 위성항법장치라도 달아야 될 것 같습니다.

달팽이 앞에 신작로가 뚫리고 16톤 트럭이 미친 듯이 달려오는 이와 같은 변화를 ‘질풍노도와 같은 시장의 변화’라고 표현한다면 어느 정도 맞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지난 3, 4년 동안 이런 ‘질풍노도와 같은 시장의 변화’를 겪은 것이 무엇입니까? 아마도 스마트폰과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에 가져다 준 변화, 또 그 스마트폰을 만드는 휴대폰 업체의 흥망성쇠는 정말 대단한 것 아닙니까? 이런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HTC라는 회사는 특히 마켓 센싱을 잘 해서 성공한 회사로 정평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여덟 개의 휴대폰 업체가 이익을 나눠가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네개의 업체만 이익을 냅니다. 54%의 이익을 가져가던 노키아는 이제 이익이 하나도 안 납니다. 그 다음에 애플은 1% 이익을 가져 가다가 이제는 전체의 1/3을 가져 가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를 차지하던 LG 2009 4/4분기부터 이익이 없습니다.

이런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중에, HTC라는 대만회사는 2010 3월부터 이익이 확 솟습니다, 2010 3월이 바로 안드로이드 OS가 세상에 처음 나타난 때 입니다. HTC CEO는 대만의 여성으로 미국에서 유명한 마당발 이라고 합니다. 이 분이 앞으로 안드로이드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판단하고, 가장 먼저 안드로이드에 배팅을 한 것입니다. 현재는 노키아보다도 시가 총액이 큰 회사가 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2001 9 11일 이었습니다. 9.11이 일어난 이 날에 미국의 슈퍼마켓, 디스카운트 스토어 등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물이나 비상식품과 같은 것을 머리에 떠올렸습니다.

경쟁사에서는 팔지 못했지만, 월마트에서 이 날은 물론이고 한달 내내 제일 많이 판 제품이 바로 성조기입니다. 애국심이 생긴 미국 국민들이 오후 1시부터 국기를 사러 나왔다고 합니다. 요즘의 미국 월마트 뿐만 아니라 K마트와 같은 모든 업체들은 매장에서 무엇이 팔리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는 그것을 한 시간 간격으로 들여다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월마트에서는 두 시경에 지난 한 시간 동안 국기가 엄청나게 많이 팔렸고, 또 세시부터도 계속 많이 팔리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현재 창고에 있는 재고도 곧 다 팔릴 것 같으니 도매상에 연락해서 남은 재고를 모두 보낼 것을 주문했고, 제작 업체에는 본인들이 9월의 판매를 모두 책임 지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반해, 다른 회사들은 다음 날 국기가 많이 판매된 것을 상부에 보고했고, 그제서야 국기를 주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국기는 월마트에 팔린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남보다 빨리 보는 것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요즘에는 Sensing Capability라고 하는 여러 가지 기법들을 ZARA UNIQLO와 같은 SPA기업에서도 많이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컴퓨터 시스템과 역량만 가지고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에, 눈 앞에 펼쳐지는 상황을 유감스럽게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켓 센싱을 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야 될 것이 있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보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일어나는 일을 똑같이 보고, 어떤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같이 들어도 한 사람은 그것을 또렷하게 기억하는가 하면 다른 한 사람은 ‘그런 이야기가 있었느냐’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확증 편향의 오류’라고 하는데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듣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한가지 경험을 말씀 드립니다. 세 팀이 골프를 친 후, 여섯 명씩 앉아서 맥주 한잔을 하면서 골프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처음에는 가운데 앉았던 높은 어른이 덕담을 하고, 다시 네 명씩 이야기 모드에 들어갑니다. 저는 끝 쪽에 앉아 있었는데, 바로 옆 테이블의 대화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제 이름이 나오자 바로 귀에 딱 들어오는 것입니다. 아마 비슷한 경험 있으실 것입니다. 마켓 센싱을 할 때에는 그런 오류에서 벗어나야 됩니다.

변화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 이것이 중요합니다. 회사에서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왜 이것이 성공하지 않았는지 반드시 원인을 찾아 냅니다. 하지만, 일이 잘 풀릴 때에는 끝까지 잘 되는 이유를 분석하는 경우는 적은 것 같습니다. 일이 잘되면 운이 좋다고 하거나, 열심히 하니 하늘이 돕는다고 이야기 하지 왜 일이 잘 되었을까 하는 생각은 하기 어려운데, 그것이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80년대 초, 제가 중동에 있을 당시의 이야기를 간단히 해드리겠습니다. 그때가 1982년인데, 삼성전자가 중동에서 파는 제품 중에 12인치 흑백TV가 주류였습니다. 그 당시 사우디 가정의 거실에서는 컬러 텔레비전을 집집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유목민의 후예라 저녁에 해가 지면 흑백TV를 들고 들판으로 나갑니다. 돗자리 깔고 앉아서 이웃들과 함께 고기도 구워먹고, 물담배도 피우다가 시간이 되면 TV에서 기도방송이 나오고, 거기에 맞춰 함께 기도를 합니다. 텔레비전이 원래는 AC전원에서 되지만 DC도 가능하도록 해서, 차에 시동을 켜놓고 시가잭을 연결해서 텔레비전을 봅니다.

원래 한 달에 2천대 정도씩 팔렸는데, 어느 날 갑자기 대리점에서 월 만대를 팔겠다는 것입니다. 천대에서 만대로요. 깜짝 놀라서 물었더니 ‘우리가 그 동안 삼성에 대한 광고도 많이 하고 투자를 많이 했더니 많이 팔게 된 것이다.’ 이러는 것입니다. 그래서 본사에 주문을 넣었는데, 본사에서도 난리가 났습니다. 제가 부지런하게 잘 한 덕분에 일이 잘 풀린 것이니 앞으로도 열심히 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가만히 있었으면 큰일날 뻔한 일이 생긴 것입니다.

이유를 알기 위해서 시장에 나가 봤더니, 삼성TV는 시가잭이 아니라 클립잭이 들어있어서, 시동을 켜지 않고 배터리에 연결만 하면 텔레비전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 당시 표준은 시가잭 이었고, 저는 한번도 클립잭을 본사에 발주한 적이 없었는데, 삼성제품에는 그런 게 들어있다고 하면서 잘 팔렸던 것입니다. 돌아와서 본사에 전화를 했더니 중남미의 바이어가 주문한 클립잭이 잘못 들어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잘못 들어간 클립잭 때문에 그렇게 사우디에서 잘 팔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나는 게, 이유를 모르고 월 만대씩 발주를 하게 되면 들어오는 제품은 다시 원래대로 시가잭으로 들어오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다시 월 천대씩만 팔리고, 제가 주재하는 3년 동안 3만대만 팔다가 시간 다 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본사에 이야기 했더니 클립잭 두 개씩 제품에 넣어주기로 합니다. 그래서 월 만 오천 대씩 매출이 올라가게 됩니다.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시장에 숨겨진 욕구를 알게 된 것입니다.

 

미국의 어떤 살충제 업체 이야기입니다. 보통 살충제는 가정에서 한 개로 여름 동안 씁니다. 그런데 어떤 할머니가 매일 한 통씩 사 가지고 간다는 보고가 본사에 접수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고객의 특이 성향에 대해 파악하고 반드시 본사에 보고를 하라고 지시합니다. 할머니의 집이 굉장히 더러울 것이다 라고 보고 청소하는 팀까지 함께 방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서 보니까 집이 너무 깨끗한 것입니다. 보통, 벌레가 들어와서 약을 뿌리면 1분 내지 2분 내에 벌레가 죽습니다. 그런데 죽기 전에 벌레는 보통 두 가지의 행태를 보이는데, 발랑 누워서 다리를 흔들거나 비실비실 하면서 냉장고 밑으로 들어갑니다. 이 할머니는 그게 보기 싫은 것입니다. 그래서 벌레가 넘어져도 에어로졸이 끈적끈적해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계속 뿌려대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살충제를 많이 썼던 것입니다.

살충제가 벌레를 죽이는 것이 첫 번째 용도이지만, 두 번째로 일단 쏘면 벌레가 움직이지 않기를 기대하는 욕구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욕구는 알았으니까 해결은 쉽습니다. 잘못해서 아이들이 입에라도 뿌리면 큰일이 나니까 약을 독하게 만드는 것은 FDA에서 승진해 주지 않습니다. 뿌리면 1, 2분 후에 죽지만, 순간적으로 근육이 경직되는 ‘순간 근육 경직제’를 넣어서 일단 벌레를 움직이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 업체는 그 제품의 개선으로 업계 1위가 되는데, 이처럼 시장에서 흘려 보낼 수도 있었던 고객의 욕구를 제대로 알려고 하는 자세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남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회사에서 월요일 아침에 회의를 하면 전부 ‘지난 주의 판매 목표가 얼마였는데 몇 프로를 달성했고, 생산은 어떻게 되었다.’ 는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못 해도 경쟁자가 우리보다 더 잘못하면 우리가 괜찮은 것이고, 우리가 경영 계획을 달성해도 남들이 더 잘하면 우리가 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남과 비교하고, 남이 무엇을 하는지 보는 그런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고객 접점의 목소리를 듣자는 것입니다. 미국에 있을 때 ‘베스트바이’라는 기업과 거래를 많이 했는데, 물량을 급격히 올리게 된 경우나 신제품이 발매된 경우에는 보통은 바로 오더를 넣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오더가 안 옵니다. 전화를 하니, 회의 결과를 오백 개 스토어 중에서 특히 일 잘하는 삼십 여명의 스토어 매니저에게 물어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그 매니저들이 오케이하면 그 때 오더가 나간다는 것입니다. 이 회사는 일선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잘 아니까 이런 방식으로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파악을 하는 것이 참 중요한 일이지만, 이것은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에는 기획팀도 크고 기획조사 인원도 많으니 혼자서도 가능하지만, 웬만한 회사들은 혼자 다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아는 노력도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속가능경영에 대해서 조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입니다. 조직문화 중에서도 가치를 어떻게 공유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제가 삼성과 소니에 모두 근무한 경험이 있으니, 2005년경 사람들이 앞으로 누가 이길 것 같으냐고 묻습니다. 어디가 이긴다기 보다는 어떤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이 잘 할 것이냐는 이야기는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조직 차원에서 어떤 방향을 정하면 모든 직원들이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있고, 또 어떤 조직은 ‘왜 우리가 그래야 되지?’ 이렇게 의문을 가지면서 계속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비난까지 하는 조직이 있습니다. 단기전에서는 이 두 가지 조직 중에서는 당연히 전자의 조직이 경쟁에서 승리할 것입니다.

 

소니에 있을 때인데, 삼성전자와 소니가 LCD 합자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이름을 S-LCD라고 만들었습니다. 삼성은 ‘삼성-소니 LCD’로 하고 싶었는데, 소니에서 ‘우리의 네임이 절대 뒤로 가지 않는다.’ 고 했습니다. 다행히 두 회사의 이니셜이 모두 S라서 결국 S-LCD로 결정 했습니다. S-LCD의 완공식 전날에 전야제를 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임원이 서른 여섯 명이나 온 것입니다. 일본에서 서른 여섯 명이 오니까, 삼성에서도 서른 여섯 명 임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삼성은 그 때 임원이 한 5백 명쯤 되었습니다. 5백 명 중 서른 여섯 명이 왔고, 소니는 마흔 두 명인데 서른 여섯 명이 온 것입니다. 궁금해서 비서실장에게 소니에게 이 사업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S-LCD 발표가 난 후, 삼성은 그 날로 TFT를 만들어서 공장 조기 완공, 공장 단가를 10%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소니는 왜 우리가 한국 회사와 합작을 해야 하나, 그것도 왜 삼성이냐 라는 것 때문에 끊임없이 논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니의 사장이 논쟁을 잠재우기 위해서, 준공식 때 임원 전부를 데리고 가기로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통을 낮은 비용으로 할 수 있어야지 경쟁력이 생기는 게 아니냐?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삼성이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사실 삼성의 ‘신경영’에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삼성에 대한 벤치마케팅을 많이 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해석이 있겠습니다만 많은 부분을 ‘신경영’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신경영’을 하면서 양적 경영에서 질적 경영으로, 매출 위주에서 이익 위주로, 그리고 저 부가가치 사업에서 고 부가가치사업으로. 국내 제일만 꿈꾸던 회사가 세계에서의 위상과 글로벌한 마인드를 갖게 된 것이 바로 ‘신경영’이 가져다 준 소산입니다.

 

또한, 회사 중심의 사고에서 고객 중심의 사고로 변해야 합니다. 회사 중심이라고 하는 것은 제조 중심인데, 이제는 고객 중심, 시장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top-down 관리 중심에서 자율 경영 그리고 도덕성까지 따지는 방향으로 변해야 합니다. 이렇게 여러 신경영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크게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질()경영에서 찾아야 될 것 같습니다. 질을 통한 차별화를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것들이 소위 삼성이 했던 그런 것들입니다. 여기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서 조금 더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그 다음으로 지속경영의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책임 경영과 Silo 극복입니다.

소니를 그만두고 나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소니가 워크맨으로 포터블 오디오를 호령했는데, 왜 아이팟은 못 만드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Silo 문제, 자원 유동성 문제에서 해답을 찾아야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Silo 경영이라는 것은 책임경영을 위해서는 굉장히 좋은 것입니다. 이것 자체로는 부정적인 뜻이 아닌데, 지나치게 책임 경영을 강조하다 보니 옆 부서와 소통하지 않게 됩니다. 아래, 위로만 서로 소통을 하니 거기서 여러 가지 비효율이 생기게 됩니다.

 

소니는 노트북을 만드는 바이오 사업부에서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를 만들었습니다. 이 부서는 네트워크 기술은 있었지만, 오디오 기술은 없었던 것입니다. 워크맨을 만드는 오디오 사업부는 디지털 워크맨을 만드는데, 이 부서는 오디오 기술은 있는데 네트워크 기술은 부족했습니다. , 자회사인 아이와에서도 제품을 만들었는데 아이팟보다는 5% 부족한 제품만 많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만약 서로 옆으로 소통하면서 이런 Silo 문제를 극복하고, 내부 역량을 하나로 모아서 제품을 만들었다면 아이팟의 105~110% 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지 않았겠느냐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조금 전, 신경영 파트에서는 말씀 드리지 않았지만, ‘부인과 자식 빼고는 다 바꾸자, 뒷다리 잡지 말자’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습니다. 잘된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친 집단 사고 때문에 다양한 생각을 할 틈이 없는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집단적 몰입을 통해서 성공했던 회사들도 이제는 어떻게 이를 보완할 것인지를 조금 고민해야 되겠습니다.

 

그 다음에, 좋은 브랜드가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는 좋은 자산이라고 생각 합니다. 브랜드가 좋으면 실제 가지고 있는 가치, Real Value라고 표현을 했는데 이 가치보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Perceived Value가 더 크게 해주는 것이 좋은 브랜드 역할이라고 본다면, 브랜드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파이낸셜 타임즈에서 이런 기사를 봤습니다. 세계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로 어떤 브랜드를 소개를 합니다. 러시아나 폴란드의 보드카가 아닌 스웨덴의 20불도 안 되는 무색무취의 앱솔루트 보드카가 럭셔리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 굉장히 신선하게 보였습니다.

앱솔루트 보드카의 성공을 많은 사람들은 독특한 광고에서 찾습니다. 이 회사는 전파 광고와 신문광고도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화질이 좋은 잡지 광고만 하고 있습니다. 골프 다이제스트에 난 광고에는 술병 모양의 골프 코스가 있는 것과 같이, 병 모양이 항상 들어가지만 소재를 바꾸어 일관되지만 변화를 추구하는 컨셉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앱솔루트 보드카는 ‘앱솔루트 도시이름’시리즈의 광고를 통해 그 도시의 특색을 나타냅니다. 미국의 시카고는 바람이 많은 도시입니다. ‘앱솔루트 시카고’ 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글자가 다 날아가고 있습니다. 시카고를 잘아는 사람이 저것을 보면 친근감이 듭니다. 샌프란시스코는 안개가 많은 도시인데, 광고에는 안개 때문에 병의 윗부분만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도시 별로 제작한 광고를 통해 사람들은 브랜드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게 됩니다.

 

사실 앱솔루트 보드카를 좋은 브랜드라고 하는 것에는 독창적인 광고 기법이나 유연하고 현지화된 소재를 활용하고, 병 모양을 일관되게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 앱솔루트 보드카의 성공에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 품질이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한국의 진로 소주만 해도 공장이 세 개라고 합니다. 그런데 앱솔루트 보드카는 스웨덴의 아후스(Ahus)라고 하는 마을 딱 한 곳에서만 2억병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품질에 대한 집착입니다. 그리고 보드카를 만드는 곡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겨울 밀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겨울 밀이라는 제한된 재료만 써서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품질에 대한 집착, 본질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면 앞에 있는 이 세 가지만으로는 좋은 브랜드가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요즘에는 네이밍이나, 광고 기법에 너무 집착해서 오히려 본질을 잊어버리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 들 때도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시장의 속성에 대한 겸허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시장은 언제나 마케팅 활동보다 빨리 변하기 때문에, 마케팅 전문가라고 해도 자만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가 이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겸허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또 다른 이유는 시장은 항상 언제나 새로운 승자를 기대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늘 우승하는 팀이 결승에 올라오면 특수 관계자 외에는 별로 응원하지 않고, 새로운 팀이 우승하기를 바랍니다.

 

미국에서 삼성전자 브랜드를 리포지셔닝하기 위해 열심히 다닐 때, 유통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삼성이 지금 더 잘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좋겠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소니의 80%만 해도 우리가 밀어주겠다. 소니가 지난 20년 이상 동안 1등을 하니까, 우리 말도 듣지 않는다. 누군가 다른 기업이 1등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삼성이 좋은 후보이다. 소니의 100% 이상하면 좋겠지만 80%만 해도 우리가 밀어주겠다.

실제로 삼성이 지난 10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 소니보다 더 잘 만든 제품도 있었지만 시장의 이러한 정서에 힘을 입은 바도 큽니다. 작년에 미국에 가서 그분들을 다시 만났더니, 삼성의 콧대 높음이 10년 전의 소니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시장에서 그렇게 생각을 하고 결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물론 시간이 걸립니다. 소니 경우도 그랬습니다. 사실은 1등이 아닌 기업에게는 조금 잘못해도 시장은 너그럽게 봐 줍니다. 만약, 현재 1등 기업이라면 예전에 1등이 아닐 때보다도 더욱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고, 엄격하게 세상을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것은 현재 1등이 아니라면 시장에 이런 정서도 있으니, 열심히 하다 보면 생각한 것보다 조금 더 먼저 1등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시장의 속성에 대한 겸허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게 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이야기를 하나 해드릴까 합니다. 1998년에 삼성전자 미국 법인을 맡게 되었고, 새로 일을 맡아서 거래선들을 방문을 하게 됩니다. 그 당시 윤종용 부회장이 두 가지 미션을 줬습니다. 하나는 당시 미국에 가장 큰 유통이었던 서킷시티(Circuit City)를 개척을 하라는 미션이었고, 두 번째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Best Buy)에 대한 매출이 많은 것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베스트바이가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17%인데, 삼성의 매출 중에 베스트바이 매출은 34%였기 때문에, 이것을 줄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서킷시티에 먼저 방문했습니다. 예의를 갖추고 30분 동안 ‘앞으로 디지털 시대가 오면 삼성전자가 어떻게 해서 좋은 회사가 되겠다’ 는 것을 설명을 했습니다. 자리에는 거의 주니어 바이어들만 참여했었는데, 그 중의 한 명이 정색을 하면서 다시는 오지도 말라고 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뒤에 unless라는 게 하나 붙었습니다. 어떤 경우에 오느냐 하면 ‘삼성만이 갖고 있는 제품이 있거나, 아니면 삼성이 이 세상에서 제일 싼 제품이 있거나’ 하는 이 두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 세상에 없는 물건을 쉽게 만들겠으며, 세상에서 제일 싼 물건을 만드는 것은 삼성의 질() 경영에 전적으로 반하는 것이니까 둘 다 안 되는 이야기 입니다.

화가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와서 회의를 했습니다. ‘우리도 안 간다. 서킷시티가 오라고 할 때까지’ 일단 이렇게 큰 소리를 칩니다. 그러나 앞으로 3년 안에 서킷시티가 우리를 부르게 만들자고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이냐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이 때 썼던 적의 칼이 무엇이냐? 서킷시티가 다시는 오지 말라고 했지만, 서킷시티가 경쟁사로 보고 있는 베스트바이가 우리와 거래를 해서 돈을 많이 벌게 되었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면, 이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니 베스트바이와 잘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베스트바이를 먼저 공략하자는 전략을 세웠는데, 거기에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제 두 번째 미션이 베스트바이의 비중을 줄이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우리가 서킷시티는 불가능하니, 베스트바이와 거래를 하겠다고 보고하니 본사에서 감사팀이 나왔습니다. 감사팀에서는 ‘분명히 베스트바이의 비중을 줄이라는 지시를 했는데, 임원이나 되는 사람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위험하다는 것도 모릅니까?’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베스트바이가 계란 바구니가 아니라 계란 냉장고라고 한다면 얼마나 안전한 것이냐’고 대답 했지만, 감사 태도가 불량하다는 지적만 받습니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본사에 뜻이 전달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거래선 관리를 하기 위해서 거래선과의 관계를 계량화를 해야 했습니다. 우리 베스트바이하고 관계가 어떻습니까 이렇게 물으면, ‘베스트바이와는 잘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어떻게 됩니까? 하면 ‘내년에는 더 좋게 해야지요.’ 그러면 그 다음 해는요? 하면 ‘더 좋게 해야지요’. 그렇게밖에 이야기를 못 하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더’와 ‘더’의 차이가 다르기 때문에 관리가 안 되는 것입니다. 본사에도 중장기 로드맵을 보여줘야만 하고, 직원 관리를 하기 위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관리하고 소통할 것인가 라는 고민하에 표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거래선인 Best Buy, Sears, PRO, NATM, Circuit City를 적고 각 거래선의 관계를 계량화 해보자는 것입니다. 1’은 한번 거래한 것이고, 5’는 두 회사가 전략적인 관계가 되어서 물류 센터를 함께 짓고, 컴퓨터시스템도 공유하여 2~3년 후에는 제품 라인업 함께 해나가는 단계입니다. 서킷시티는 한번도 거래를 안 했기 때문에 ‘0’입니다. 4’는 서로 거래특유자산에 대한 투자는 없더라도 임원들끼리 미래를 토의할 수 있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 2’는 한번만 거래한 것이 아니라 두, 세 개의 제품을 거래하고 있는 것이고, 3’은 실무적으로 열심히 해서 열심히 잘 사고 하는 단계 입니다. 이렇게 정리 하니까, 모든 거래선의 관계가 1~5 이내로 다 들어옵니다. 베스트바이는 현재 ‘3’인데 내년에는 ‘더 좋게’가 아니라 ‘4’로 가고, 그 다음에는 ‘더 좋게’가 아니라 ‘5’로 가자는 것입니다. 서킷시티에는 오라고 할 때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지만, 3년 안에 우리를 부르도록 만들 것이기 때문에, 현재는 ‘0’이지만 3년 째 되는 해에 ‘2’부터 시작하자는 전략을 세웁니다. 이렇게 우리의 가야 할 길을 내부적으로나 본사와 서로 소통하게 됩니다.

, 본사가 베스트바이의 비중을 걱정하기 때문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올해는 베스트바이에 9 7백만 불 팔 것이고, 내년에는 1 3천만 불을 팔고, 그 다음 해에는 1 6천만 불을 팔 것입니다. 2000년에는 2억 불이 넘어서 매출은 늘어나지만, 다른 거래선의 매출을 늘려서 베스트바이가 우리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34%에서 20%까지 줄일 것입니다.’ 계속 계란 바구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수치적으로 이야기를 하니 본사에서도 이해를 하고 지원을 잘해주었습니다. 또한, 우리 직원들도 무엇을 해야 될 지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 서킷시티 본사에 간 때가 1998 4월 이었는데, 1999 12월에 서킷시티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라스베거스 전자쇼 첫 날에 만나자는 것이었습니다. 3년이라는 목표를 세웠는데, 1 7개월 만에 연락이 온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하니까 이렇게 시작을 하면 지난번에 수모 당한 게 도루묵입니다. 그래서 현지 책임자가 서킷시티의 디렉터에게 ‘아직 삼성은 뚜렷한 신제품도 없고, 가장 싼 제품도 없으니 만날 수 없다’고 전화했습니다. 서킷시티도 황당한 것입니다. 손만 까딱하면 모든 전자업체들이 달려오는 슈퍼 갑인 서킷시티와의 라스베가스 전자쇼의 첫날 첫 미팅을 거부한다고 하니까 그렇습니다.

삼성이 왜 그러는 것인지 서킷시티서도 알아보니, 1 7개월 전의 미팅에 대해 보고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 후 수석부사장인 COO가 직접 저에게 연락이 왔고, 1 4일에 만났습니다. 그리고 4월 달에 서킷시티에 전 경영진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2001년에 서킷시티와 삼성전자의 관계가 ‘4’가 되었습니다. 경영 계획 표에는 2001년에 ‘2’로 시작하는 것이었는데 ‘4’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계량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아예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계량화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가지 더 말씀 드리겠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하면 주식 시장에서는 주가가 곤두박질 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1999년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목요일 다음 금요일을 의미합니다. 이 때부터 미국에서는 쇼핑 시즌이 시작됩니다. 적자를 내던 유통업체들이 이 날을 기점으로 해서 흑자로 전환한다는 뜻에서 블랙입니다. 그런데 유통업체들이 필요한 것이 미끼 상품입니다. 당시 미국 시장에서 삼성의 DVD 1년에 10만대 정도 팔리고 있었는데, 월마트에서 DVD 50만대를 한꺼번에 사겠다고 했습니다. 굉장히 구미가 당깁니다. 199불인 제품을 100불로 놓고 미끼상품으로 파는 것입니다. 사실 그렇게 팔아도 괜찮습니다. 월마트에서는 마진을 취하지 않기 때문에, 삼성에서는 크게 적자가 나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물건이 그런 용도로 쓰이는 것이 매우 걱정스러운 일 입니다. 매출과 이익에는 도움이 되지만 유통정책에는 혼란이 되고 브랜드 정책에 타격이 온다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될 것이냐? 서울에 있는 DVD 사업부장 입장에서는 1년에 10만대 파는 시장에서 50만대를 한꺼번에 파는 것이니 이것은 큰 유혹입니다.

사실, 이전의 사례에서 베스트바이를 계란 냉장고라고 본사에 이야기 할 때, 베스트바이의 한 임원에게 ‘본사가 한 바구니에다 모든 계란을 담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베스트바이의 비중을 줄이라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더 튼튼하고 안정적인 파트너로 보기 때문에 계속 거래할 것이다. 이를 앞으로 입증해 줄 수 있겠나’고 했더니, 정말 고맙다고 했습니다. 베스트바이 임원의 이 말은 바로 앞으로 우리 제품을 월마트나 K마트와 같은 곳에 팔지 않고, 제대로 된 유통에만 제대로 팔겠다 라는 약속을 한 것입니다.

삼성 본사와 조율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어쨌든 월마트에 팔지 않기로 결정을 하게 됩니다. 월마트는 매출의 규모는 크지만 기업 브랜드에 기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거래를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이는 ‘신경영’에서 질()경영이 더욱 중요하다라고 하는 회사의 핵심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사자는 아무리 배고파도 썩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우리가 사자가 되겠다고 하는데 이래서 되겠느냐?’ 기업에서 장기적으로 기회를 모색하면서 긴 호흡으로 투자를 통한 성장전략도 있을 수 있고, DVD 50만 대를 파는 것과 같은 단기 성장 극대화, 당장의 이익을 추구하는 그런 전략도 있습니다. 어느 것이 나쁘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기업이 쭉 원하는 성장을 해 나가려고 한다면, 장기적인 기회 모색과 단기적 성과 극대화라는 균형을 잘 찾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보시면 스물 네 개의 에피소드가 나오면서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 왔을 때 ‘다르게 생각하자’ 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앱솔루트 보드카처럼 ‘본질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장기적인 기회 모색과 단기적인 성과 극대화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갈 것이냐 하는 이슈들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초반에 말씀 드렸던 이건희 회장과 나눈 건어물과 생선 이야기가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배포되었습니다. 바로 그 다음 날부터 저한테 전화가 오는데 ‘차장밖에 안 되면서 회장 앞에서 그렇게 대담하게 이야기를 했냐’부터 시작해서 ‘그런 임기응변은 어디서 나오느냐’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것은 임기응변이 아닙니다. 회장이 방문한다고 하니 컴퓨터 비즈니스를 하면서 생각했던 여러 가지 고민과 문제들을 회장의 눈높이에 맞는 용어와 개념으로 설명하기 위해 고민해 낸 것이지, 현장에서 만든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보시다가 참 기발하다고만 보지 마시고, ‘나라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하는 관점에서 책을 읽으시면 더욱 보람이 있지 않겠나 하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손자영 연구원 (jyson@ip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