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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0년 4호]경영자독서모임: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발간일 2010-12-30 첨부파일

[경영자독서모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캠브리지대학교 경영대학

장하준 교수

 

 

본 강의는 캠브리지대학교의 장하준 교수 20101220 MBS에서 강연한 내용을 요약한 글입니다. 장하준 교수는 2003년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을, 2005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 상을 최연소로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제학자로서의 명성을 얻은 바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출간에 대해서

이번에 제 책이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2010. 10))’라는 제목에 부제는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로 하여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학술 논문까지 쓰지는 않았지만 제가 관심을 가진 모든 분야에 대해 써 보려고 노력한 책입니다. 그래서 제 전공인후진국 개발문제와 같이 특정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여러 주제에 걸쳐 썼습니다. 또한 저는 경제학의 95%는 상식을 일부러 어렵게 이야기한 것이며 나머지 5%는 테크니컬한 언어를 알지 못해도 평이한 언어로써 설명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경제학에서 하는 어려운 것 같은 이야기를 일반 대중이 충분히 전달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 책에서 이야기하려 했던 것은 현재 우리 나라뿐 아니라 세계 전체가 경험하는 경제위기가 배태되기 까지 지난 20~30년 동안 택한 자유주의정책이나 시장지상주의 정책에 문제가 있었음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것을 이야기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택한 것이 흔히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것들이 사실 상식이 아니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려 주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상식의 파괴를 통해 이끄는 결론이 독자와 다를 수 있으며 사실 사회에는 다양한 의견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단 의심의 단초를 제공하면 독자의 시야가 더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의 프렌치 프라이(French fry)는 프랑스에서 발명된 것이 아니라 벨기에 중에서도 네덜란드어를 쓰는 지역에서 발명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파나마 모자(Panama hat)는 파나마가아니라 남미 갈라파고스 섬을 가진 에콰도르라는 나라가 주산지입니다.  

마찬가지로 경제학적으로 자유무역을 해야 나라가 부유해 진다든가 요즘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자본에 국경이 없다든가 하는 흔히들 아는 상식이 조금만 뒤집으면 얼마나 잘못된 경우가 많은 지 깨달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상식과 같이 널리 퍼진 완전히 틀린 이야기라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인가 현실과 일치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 들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 보면 현실과 다른 경우가 많고 일부에서는 맞더라도 일부에서는 맞지 않는 이야기가 산재해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총 23가지 소주제를 정했습니다.

 

자유시장이란 없다

23가지 이야기를 일일이 열거하진 않으나 몇 가지 소개해 드립니다. 그 중에서도 첫 장의자유시장이란 없다는 내용이 책의 근저에 깔려 있는 틀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든 예가 1918년 영국 의회의 아동노동규제법이 상정되는 과정입니다. 현재에는 선진국으로 불리는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과, 미국에 아동노동이 횡행하던 시기에 이것이 사회문제로 도출되자 몇 명의 의원들이 아동 노동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금 보면 규제라고 하기도 민망한데 그 내용은 아주 어린 아이는 일을 못하는데 그 나이가 8살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2학년인 9살부터는 일을 할 수 있는데 다만 성인인 16세가 되기 전까지는 노동 시간을 12시간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 전에는 보통 15~16시간씩 아동들이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법을 상정하자 일부 자유시장 신봉자들이 법안에 반대하여 노동 시장의 자유를 왜 침해하느냐? 그 기업은 아동 노동이 필요하고 그 아이들도 먹고 살기 위해 노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영국 등 선진국에 가보면 노동시장 자유화와 유연화를 위해 아동노동 부활시키자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아동노동 규제만큼 엄청난 노동시장 규제가 없습니다. 가용 가능한 노동력의 반을 노동시장 진입에서 배제한 것입니다. 아동노동 규제가 정말 큰 노동시장 규제임에도 아무도 그것을 규제라고 여기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아이들이 어느 정도 나이가 찰 때까지는 교육을 받으며 어린아이로 살 수 있는 권리기업주가 가장 많은 이익을 남기는 사업 방법을 쓰는 권리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암묵적으로 인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국이나 미국 시장의 노동 자유화를 위해 아동 노동을 부활시키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시장의 자유로 보이는 것이 실은 정치적 판단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이 가치중립적인 학문이 될 수 없는 근본적 이유라는 것을 설명 드리고 싶습니다. 정치적, 도덕적 판단에 의해 시장영역의 외부와 내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시장의 경계를 과학적인 근거로 세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굳이 1800년대의 아동노동규제와 같이 극단적인 사례를 들지 않아도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배기가스 규제기준을 정한다고 했을 때 반대가 심했습니다. 그러나 배기가스 규제도 지금은 모두 받아 들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가치관이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자유시장이라는 것이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면 경제학 자체가 일부 경제 전문가의 이야기처럼 과학적으로 경계가 정해져 있어 정부와 시장에게 역할 분담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기업은 소유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되어서는 안 된다

이어서 책의 두 번째 장에는기업은 소유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져 있습니다. 근대의 GE와 같이 엄청난 다수의 주주를 가진 대기업에서는 주주는 명목상 기업의 주인이지만 따져 보면 사실 가장 주인의식이 없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언제든지 팔고 기업을 떠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를 안 하고 최소한으로 인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단기적 이윤을 내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다 보니 장기적으로 기업 궁극적인 경쟁력이 되는 기술력이 약화되어 버립니다. 주주가치경영을 하다 보니 GE를 비롯해 미국의 유수 기업들이 쇠약해지고 일부는 망해 버리는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 결과로 GM이 쓰러지자 납세자들이 부담하여 회사를 회생시키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언뜻 당연할 것 같은 사실도 생각해 보면 아닌 것들이 많습니다.

 

현재 세계적인 경제 현황에 대해서

이미 우리는 유동성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전의 정상적인 경제 상태였다면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를 통해 지금과 같이 미국이나 영국에서 돈을 풀면 그 효과가 가시적이었을 텐데 지금은 거의 움직임이 없습니다. 또한 이 자금은 캐리트레이드를 통해 후진국가에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이라는 도화선을 깔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세계 경제는 환자가 크게 심장마비를 일으켜 죽을 것을 겨우 회생시켰는데 알부민 주사를 맞으니 화색은 돌지만 언제 다시 심장마비를 일으킬 지 알 수 없는 상태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장 수술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치유는 환자가 근본적인 생활패턴을 바꾸어서 식사도 조절하고 운동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알부민을 통해 기력을 회복해야지만 운동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알부민만 맞고 예전의 생활 패턴을 유지하겠다고 하면 병이 재발될 것은 뻔합니다. 그래서 양적완화(QE)가 일단 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에 실행한 조치지만 많은 문제를 배태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친시장주의에 대해서

노키아는 본래 한국 재벌과 같은 형태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벌목 사업으로 시작해 고무장화를 만들고, 거기서 고무 다루는 기술을 익혀 피복과 전선 사업을 하다가 전화 교환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다가 1960년 신세대 전자 산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전자사업부를 세웠고 그것이 흑자를 내는 데 17년이 걸렸습니다. 그간 철저한 계획을 통해 사업을 성장시킨 것입니다. 노키아의 사례는 LG 전자와 같이 많은 한국 기업과 유사합니다. 자유와 계획 사이에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시장주의라는 말 참 좋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씀 드렸듯이 사실 자유시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의조차 불분명한 것이 문제입니다. 과거 아시아 지역의 외환위기가 왔을 때 국제 자본이동의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일부에서 이야기하자 반대편에서는 그것을시장정책이라고 했고 다시 노벨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가규제야말로 시장이라고 다시 주장한 바 있습니다. 시장이란 기본적인 안정성을 보장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게 되니까 시장으로 비춰질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시장입니다.

아동노동 규제의 경우에도 일부 기업은 시장이라고 반대하였지만 일부 기업인들은 단기적으로는 아동노동을 통해 이윤을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아동이란 우리가 모두 함께 써야 할 노동력이기 때문에 그 아동들이 학교도 다니지 않고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어 병에 걸린다는 것은 노동력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나 아동노동 규제는 정부가 할 일이지 기업들이 합의하여 하지 말자고 정할 일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한 기업이 노동력 질 향상이라는 대의를 위해 혼자서 아동 노동을 쓰지 않는 상황에 다른 기업들은 마음대로 아동노동을 쓴다면 경쟁에서 뒤쳐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기업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으므로 정부가 규제를 해서 아무도 아동노동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기업 정책이라고 본 것입니다.

 

정부실패에 대해서

이론적으로는 정부실패나 시장실패를 명확하게 나눌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라 기업이 반응하고 다시 그에 반응하여 정부 정책이 나오고 다시 기업이 반응하는 일이 되풀이되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정부의 실패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바라는 점은 이론적으로 나누면 흑과 백이 명확히 생겨 구분하기 좋지만 현실적으로 정책을 하다 보면 사실 두 가지를 나누긴 어렵고 시장과 정부 실패 두 가지가 모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경우에도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특정 시점에 특정 대상에 대해 어떤 정책이 더 좋을 지 판단해야지 전체적으로 시장이 좋은가 정부가 좋은가에 대한 질문은 학자들은 가능할지 몰라도 현재에는 의미가 많이 없다고 봅니다.

경우에 따라 시장의 실패가 더 클 수도 있고 정부의 실패가 더 크다고 말할 수 있으나 항상 두 가지 면이 있어서 구체적인 사례를 두고 판단해야만 이야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영국병에 대해서

일부는 영국병의 이유로 복지 국가가 너무 커서, 노조의 힘이 너무 세서라고 말하고 또한 반대편에서는 지나친 금융발달로 실물투자가 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등 여러 가지 주장이 있습니다.

개인적 견해로 각 주장에 대해 언급해 보면 우선 1960년대 영국노조는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경우 산업화의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직능별로 노조가 결성되어 있어서 한 사업장에도 10개씩의 직능별 노조가 있는 것이 흔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복지국가를 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영국이 다른 유럽 기준으로는 복지 규모가 그렇게 큰 나라가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금융자본이 지나치게 융성해서 산업에 투자가 미흡했다는 것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확히 무엇이 영국병을 불러왔는지는 지금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요즘의 영국은 그 때 당시의 노조 행동은 없어졌기 때문에 일부 치료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 성장률 면에 있어서 1960~70년대에 비해 거의 나아진 점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때 지금 회자되듯이 영국병이 정말 심각했던 건지, 고쳤다는데 왜 나아진 게 없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EU통합에 대해서

완전한 화폐 통합을 위해서는 경제통합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유럽은 재정통합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법적으로는 유럽 어느 지역으로든 이주가 자유롭지만 실제로는 언어 장벽으로 인해 이주가 쉽지 않습니다. 독일 같은 경우 기본 경제가 튼튼하기 때문에 이번 위기를 잘 이겨냈지만 그런 독일에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 스페인 사람이 독일로 이주해서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유럽 간 통합 정도가 약하기 때문에 통화통합만으로는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한 나라에서는 경기 과열을 우려해서 돈줄을 죄어 버리는데 경기가 어려운 상태인 다른 나라는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로화 도입 시기 때 수준이 비슷한 핵심 7~8개국만 통합하자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히 경제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대상국을 넓히다 보니 아일랜드나 그리스까지 이르러 묶기 어려운 나라까지 포함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 결과로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가 모두 금융허브 정책을 목표로 비슷하게 정책을 진행하다가 두 나라 모두 실패했는데 그 회복 과정을 보면 아이슬란드는 자국 통화가 있었기 때문에 30% 가까이 자국통화를 평가 절하하여 수출을 통해 빠르게 회복된 반면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아일랜드는 점점 경기가 하강하고만 있습니다.

결국 단일통화가 정책의 제약이 됨으로써 거대한 실험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통합을 심화시키든지 핵심 유럽국가만 남기고 다 탈퇴시키자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 또한 정치적으로 얽혀 있어 현재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유럽 핵심국가만 통합했다면 경제공동체이면서 정치공동체가 될 수 있는 좋은 조건이었는데 그 범위가 확대되다 보니 공동체로서 필요한 요소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것입니다.

 

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

저는 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은 진정한 자유무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미국과 FTA를 맺어 미국 소고기나 자동차를 싸게 수입하면 결론적으로 일본 자동차나 호주 소고기를 차별하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콜롬비아대학의 자유주의무역론으로 유명한 바그와티 J. Bhagwati 교수와 같은 순수한 자유주의 무역을 주창하는 사람들은 양자간 FTA를 반대합니다.

또한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끼리 FTA하는 것은 시장도 넓어지고 서로 경쟁이 되기 때문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FTA에서 제가 이슈로 삼는 것은 차이가 벌어지면 경쟁자극을 통한 상호 발전 효과보다 강한 쪽이 약한 쪽의 앞길을 가로 막는 효과가 더 커진다는 것입니다. 결국 선진국과의 FTA를 위해서는 한국이 5등이냐 10등이냐는 판단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전자나 조선 등 몇 개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전반적인 제조업 수준은 유럽 선진국이나 미국에 비하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존에 탄생한 산업들은 계속 생존하겠지만 앞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첨단 산업에의 진출로가 막혀 버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효과가 기대되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에 좋지 않아 보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보기에 한국은 5등이 아니라 아직 10, 15등 하는 학생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에 근거해서 FTA가 득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만약 경제 관계의 깊이로 따지면 한- FTA가 더 타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 점은 중국은 특이한 후진국이라는 점입니다. 중국에는 한 달에 100달러만 받고 1 356.4일 일하는 노동자가 있는 반면 한 쪽에서는 우주선을 발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후진국과 같은 취급은 어렵겠지만 기본적으로 FTA를 후진국과 하면 선진국이 이익이라는 점에서 한국에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느 나라와 FTA를 하였든 WTO라는 다자간 질서를 만들어 놨는데 이것을 자꾸 양자간 협정으로 무력화시키고 일을 복잡화시키는 것을 꼭 한국이 나서서 해야 할까 의문입니다. 이제 한국은 국제 무대에서 비중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중국과의 FTA는 실익이 있을 것이라고 보지만 한국이 미국, 일본, 중국, EU와 각각 맺게 된다면 국제질서에서 다른 나라의 시선이 어떨지 우려가 되는 입장입니다.

 

중국의 부상에 대해서

구매력이란 간단히 말해 같은 돈을 가지고 다른 나라에 가서 얼마나 물건을 살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같은 100달러를 가지고 미국에서 살 수 있는 물건보다 중국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이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2030년에 중국이 미국을 넘는다고 말하는 것은 이런 구매력 기준입니다. 그러나 구매력은 생활 수준은 판단할 수 있지만 어느 나라가 영향력이 크고 경제대국이냐는 국제 경쟁력을 파악하는 것은 경상 소득기준으로 봐야 합니다. 그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중국이 미국 1인당 소득의 1/10에 불과하므로 미국을 따라 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서양에서는 중국의 위협을 과장하려는 의도가 많으므로 주의하여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기본적으로는 중국에 대해 낙관하고 있으나 다른 사람에 비한다면 많이 낙관적이지는 않습니다. 특히 중국의 빈부격차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여 중국의 소득분배 지표를 보면 불평등하기로 이름난 남미 나라의 하위권에 근접해 있습니다. 중국은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모두가 인민복에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떤 사람은 길에서 자고 어떤 사람은 백악관처럼 집을 짓고 살고 있습니다. 당장은 중국이 10% 성장이 유지되니까 길에서 자더라도 어제보다는 밥 한 그릇 더 먹을 수 있다는 기대에 살고 있지만 문제가 생겨서 경제 성장이 감속하거나 정치적 사건이 생기는 경우 사회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중국 수뇌부에서 이 점을 크게 신경 쓰고 있으며 물론 고쳐보려 애를 쓰고 있지만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고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입니다.

 

한국 수출시장으로서 중국의 의미

일부에서는 디커플링decoupling이라고 하여 아시아는 서양과 동조하지 않고 이제는 완전히 다르게 돌아간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중국이 장기적으로는 내수 시장이 엄청날지 몰라도 지금 현재로서는 무역의존도가 35%에 이르는 수출 중심의 경제입니다. 그런데 한국처럼 작은 나라가 아니라 중국같은 큰 나라가 무역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주목해야 합니다. 일본이 수출을 많이 하는 것 같아도 무역의존도가 10%에 불과합니다. 미국도 무역의존도가 10% 부근으로 보통 큰 나라들은 내수시장이 크기 때문에 무역의존도는 작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이 35%에 이른다는 것은 영미권으로 수출이 잘 안 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최대 수출국인 한국도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중국 내수 시장의 장기적인 조절은 가능하겠지만 금방 내수 규모를 늘린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시장 기반이 일부 해안 도시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기 때문에 당장 돈을 쓰라고 장려해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 같은 나라의 경우 선진국 시장이 죽어 버리면 그 쪽으로 수출이 안돼서 얻는 타격에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는 타격이 같이 오기 때문에 걱정이 큽니다.

 

남북통일 비용에 대해서

독일 통일 이후 동서간 통화를 통합할 때 동독화의 가치가 서독에 비해 1/2~1/4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그것을 1:1로 가치를 인정해 줬습니다. 동서를 한 나라로서 생활수준을 맞춰 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아직도 독일이 구 동독지역에 지원하는 금액이 국민소득의 5%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상황과 비교해 보면 당시 동독 인구는 서독의 1/3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북한 인구는 벌써 남한의 1/2 수준이니 독일과 같은 생활격차를 가정한다면 한국의 부담이 서독보다 1.5배 더 커집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당시 서독과 동독의 소득 차이를 4:1이라고 볼 수 있지만 현재 한국과 북한의 소득차이는 대략 20:1에서 15:1 정도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한국의 부담이 독일의 4~5배 정도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황을 종합해서 단순히 계산해 보면 독일의 정책과 같이 남과 북의 수준을 맞춰 주려면 국민소득의 30%를 북한에 대한 보조금으로 써야 한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사실 현재 국민 조세 부담률이 25%가 채 안 되는 상황에서 다시 말해 지금보다 조세를 더 걷어서 북한에 가져다 줘야 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일단 북한에 투자해서 개발하여 서로 득을 보는 과정을 통해 격차를 줄인 다음 문화적인 소통을 거쳐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한반도의 분단은 독일과는 다르게 내부 문제라기 보다 주변 열강에 의해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들의 보장 없이는 통일도 어려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실 냉전이 다 끝났는데 우리가 시작한 것도 아닌 전쟁에 아직까지도 우리가 고통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통일은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경제수준에 대해서

한국의 경제 수준은 객관적 숫자로 파악 가능합니다. 스위스, 미국과 같이 가장 잘 사는 나라들의 절반 정도입니다. 제조업 생산성 비교 자료를 보면 전자는 세계수준이더라도 대부분이 50%~60%수준이며 취약한 산업은 50% 이하로 더 떨어지기도 합니다. 유럽 기준으로 보면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정도의 소득이니 유럽권에서는 최하위입니다. 그래서 개발도상국이라고 하기는 할 수 없지만 완전한 선진국이라고 할 수도 없는 중간자적인 입장입니다.

그러나 한국이 시작한 데서 보면 굉장한 업적임은 확실합니다. 1961년 한국 국민소득이 82달러였는데 그 해에 가나라는 아프리카 나라가 179달러였습니다. 그러다가 말석이라도 선진국 대열에 있으니 잘 한 일이고 스스로 칭찬 받을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완전한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는 없고 갈 길이 한참 멀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야망이 다르듯 가난한 나라로 출발해 여기까지 왔으면 다 이룬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한국 민족이 야망과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더 발전할 여지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바꿔 놓았을까?

제가 책에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더 세상을 바꿔 놨다고 했을 때 기본 논지는 세탁기의 발명으로 여성들을 가사 노동에서 해방시켜 노동시장 진출을 가능하게 하였고 그것이 사회구조에 미치는 변화가 엄청났다는 것입니다. 여성들의 노동 시장 진출은 파트너 간의 일방적인 역학관계를 동등하게 바꿔 놓았으며 출산이 늦춰지고 출산율도 낮아져 우리가 사는 방식을 크게 바꿔 놓았습니다. 인터넷이 혁명적인 면이 많지만 아직까지는 세탁기가 가져온 결과보다 깊은 변화는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이 요점입니다.

우리가 이미 벌어진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겪고 있는 변화가 우리에게 꼭 더욱 중요한 사건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면 선진국에서 가난한 나라에 원조를 줄 때 깨끗한 수돗물 공급이나 병원 시설을 짓는 데 쓸 돈을 시골에 인터넷 설비를 까는 데 먼저 쓴다거나 하는 자원 배분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 글은 인터넷의 중요성을 깎아 내리려는 의도가 아니라 사회 변화를 볼 때 당장 일어나는 일에 휩쓸리지 않고 관조적인 자세가 필요할 수 있음을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든 것입니다.

 

통큰치킨 사태에 대해서

통큰치킨 사건은 사회에 다양한 이익이 존재한다는 것을 잘 보여 줍니다. 소비자, 소매상, 유통업체, 프렌차이즈업체, 생산자 등이 서로의 이익을 나누는 과정이 싸움이 된 것입니다. 사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속 편한 방법은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하겠지……’하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경제 학자는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지 않는 것은 그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이론은 롯데마트와 같이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이 없고, 프렌차이즈와 같이 부분적인 독점력을 가진 업체도 없고, 양계업체도 큰 기업 없이 모두가 균일하게 작은 상황을 가정해야만 성립합니다. 사실 이런 가정에 많이 위배되므로 이런 상황을 경제학적인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둔다고 하면 말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한국은 기본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통큰치킨과 같은 자본주의적인 혁신이 기존 기득권의 이익을 침범할 때 만약 유럽국가와 같이 복지가 잘 구축되어 있다면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장에 맡겨 뒀다가 지는 사람은 복지 시스템으로 재기의 기회를 주는 일괄타결적인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통큰치킨처럼 매 건마다 정부가 개입해서 시비를 가리는 싸움이 나는 것입니다.

저는 또한 남미식의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갈등을 계속 겪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장기적으로 복지국가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되려 납세자에게도 부담을 덜어 주는 일일 것입니다.

 

마치며……

이 책의 미국판은 1월 달 출간 예정인데 출판사에서는 제 책을지향하는 바는 심각하나 가볍게 읽을 수 있게 썼다고 잘 표현해 주었습니다. 주제만 보면인간의 합리성, 자본의 국적, 탈산업화 사회론, 금융시장 규제등 거창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각 주제들에 대해 확실한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니라경제학이란 전문가의 영역이고, 머리 아프고 힘들다는 인식을 버리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식료품 공장이나 식당에 위생 기준이 있어야 된다는 사실을 알기 위해 우리가 꼭 방역학에 대한 대단한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듯이, 교통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교통 신호와 규칙을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경제학에서 파생 상품이 기술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모른다 할지라도 파생이 될수록 감시가 어려워지며 상품이 정말 위험한 지 안 위험한 지 알아낼 수 있는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사실만 알아도 일반인도 파생도가 높을수록 더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까지 이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규제를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전문가의 영역일 것입니다.

공미경 연구원(mkkong@ips.or.kr)